"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”라는 책에서 저자인 이시형 교수와 박상미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대화체로 소개하고 있습니다.
이시형: 저는 언제인가 아주 감동적인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.
미국 아이오와 대학에서 실험을 했어요. 학생들이 사방 30센티미터의 나무통에 보리를 한 톨 심은 거예요. 여름에 싹이 터서 자랐는데 실험실에서 자란 보리가 오죽하겠어요. 보리 몇 알이 겨우 열렸을 뿐 빈약하고 형편없었죠. 그런데 학생들이 통을 깨고 보리의 뿌리 길이를 재봤더니 자그마치 11,200킬로미터가 되는 겁니다. 서울과 부산 사이 왕복 8백 킬로미터를 열네 번이나 오가는 거리예요. 이게 무슨 뜻이냐 하면, 보리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입니다. 학생들이 종일 실험을 하느라 공기는 퀴퀴하고 환기도 잘 안 됐을 거란 말이죠. 그런데도 보리는 기어코 열매를 맺으려고 잔뿌리를 구석구석 내려서 수분과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했다는 거예요. 그 보리는 부잣집의 널찍한 정원에 핀 화려한 장미를 시샘하지도 않았을 거예요. 그저 주어진 여건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거죠. 그런데 누가 그 보리를 보고 “야, 너는 왜 이렇게 형편없냐?”는 소리를 할 수 있겠어요?
박상미: 겉으로는 보잘것없는 보리 한 톨일 수 있어도 서울과 부산을 열네 번이나 왕복할 수 있는 엄청난 뿌리를 가졌다면 굳이 겉보기에 화려한 장미를 질투할 이유가 없네요.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내 속에 숨겨져 있는 나의 뿌리를 발견하는 것이로군요.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런 엄청난 뿌리가 다 있겠지요. 그걸 찾느냐, 찾지 못하느냐가 내 인생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.
11,200 킬로미터는 약 7,000마일입니다. 이 거리는 미국 동부 끝에서 서부 끝까지 다녀오고도 2000마일 가까이 남는 거리입니다. 그 화분안에 보리 할톨은 눈에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몇 개의 보리 열매를 위해서 그 수 많은 몸부림을 치며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. 그 보리 한톨은 그 뿌리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의미를 이 우주 가운데 가집니다. 우리는 보이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. 그리고 스스로도 삶의 의미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찾습니다.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마음을 감찰하십니다(롬 8:27). 또한 하나님께서는 2달란트 받아 2달란트 남긴 자나 5달란트 받아 5달란트 남긴 자나 똑같이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하십니다(마 25:14-30).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, 보이지 않는 것도 보시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. 그 분은 눈에 보이는 열매의 개수보다, 그를 위해서 그 자리에서 몸부림치며 뻗은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의 뿌리도 보십니다. 그리고 그 것도 의미있는 삶이라 인정해 주십니다. 그리고 그것도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 칭찬해 주십니다.